그래, 한참 조용하다 싶었어. '원더테인먼트 박사' 의 신제품 발매 임박이군.
특종을 잡은 현장 요원의 보고에 자조적으로 웃는 연구원이 그 자리에 있었다.
문서 #???-III: 탐사 III
D-██43 : 빌어쳐먹을, 애시당초 이런건 드론이 조사하면 되는 것 아니오? 지금이 몇 세기인 줄 아는거야!
█████ 박사: 그거 참 똑똑한 생각입니다만, 드론이 들어가기 전에 망가져버려서요. 영상 촬영도 안 되는 것이 아마 그런 일종의 ㅡ ...말해도 모르겠지. 그러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.
D-██43 : 이런 엘리트 주의의 ㅡ [무언가 꿍시렁댄다. 욕설로 추정]
D-██43이 진입한다. 문이 열리면 분홍색 연기가 그득하지만, 이전에 몇 번 D계급들이 들락날락 한 덕인지 연기가 비교적 덜하다.
진입 과정에서 약간의 헤드폰 노이즈가 있으나 진입에 성공, 대화가 이어진다.
D-██43 : 그 ㅡ 들어는 왔지만, 이거 뭐 보이는게 있어야지. 이, 이 달콤한 냄새 때문에 코가 아픈데.
█████ 박사: 정확히 어떤 냄새인 것 같습니까? 공장 밖에서 맡은 냄새가 아닙니까?
D-██43 : 코튼 캔디... 아닌가, 케이크? 슈톨렌? 빵 냄새 같기도 하고. 꼭 제과점에 온 것 같은데 냄새가 너무 강합니다. 아, 저기 분홍색 빛이 보이는데...
█████ 박사: [무언가를 펜으로 기록하는 소리] 빛을 향해 접근할 수 있습니까? 빛의 형태는?
D-██43 : 꼭, 꼭 크리스마스 트리같아. 분홍빛만이 아니야, 아, 알록달록한 빛이 하늘을.... 아, 주여... 그런가, 벌써 크리스마스가... [기도하는 소리]
█████ 박사: D-██43, 그 빛을 향해 접근해주세요.
D-██43이 거부감을 표하는 것에 짧게 설득하는 시간을 가졌다. 이내 다시 걸음을 옮긴다. 통신장치 너머로 귀여운 장난감과 같은 소리나 웃음소리가 들린다. 우스꽝스러운 분위기의 소리가 마치 놀이공원에서 아이들을 위해 거리를 즐거움으로 꾸미는 것 같다. D-██43이 공장 내부를 3분 정도 걸었다. 여전히 빛은 멀리 있다고 하지만 소리는 더욱 커져간다.
D-██43 : 제길, 연기 때문에 헷갈리는데ㅡ 제대로 가까이 가고 있는게 맞는지 모르겠네. 아무리 가도 저 빛에 도달하지 못 하고 있어요.
█████ 박사: 밖에서 보기보다 내부는 훨씬 넓은 구조군. 그나저나 계속해서 나고 있는 이 소리는 뭡니까?
D-██43 : 소리? 무슨 소리를 말하는거야?
█████ 박사: 계속해서 헤드셋 너머로 들리는 이 소리 말입니다. 놀이공원 같은... 들리지 않습니까?
D-██43 : 안 들려요. 제길, 사람 겁 주는거라면 지금 당장 그만 둬요, 아! [부스럭 대는 소리] 뭐야, 씨█! 이건 또 무슨... 선, 선물상자? 더럽게 크군. 성인 한 명도 그대로 눕겠어요. 잘못해서 누가 보면 관짝으로 보겠군...
█████ 박사: 뭔가를 발견했군요. 해당 선물상자를 들고 나올 수 있겠습니까?
D-██43 : 뭐? 의외로 싱겁군. 그래, 가보겠 ㅡ [드릴 소리] [절규]
기괴한 드릴 소리가 가득하다. 웃음소리와, 이런저런 다양하고 기괴한 소리가 투입된 D계급의 목소리와 함께 혼재된다. 헤드셋도 얼마 안 가 마이크가 떨어지면 나는 기계음 소리를 날카롭게 외치다 고장이 난다. 약 5분 후, 분홍색 연기 너머로 D-██43가 걸어나왔다. 표정은 마치 크리스마스 임프 장난감처럼 억지로 굳어진 웃는 얼굴이다. 녹은 사탕이 발라진 것처럼 끈적한 액체가 표면에 묻어있으며, 기쁘게 들뜬 인위적으로 높인 목소리로 지속적으로 같은 말을 반복한다.
" 원더테인먼트 신제품 발매 임박! 원더테인먼트 신제품 발매 임박! "
이후 해당 D계급은 [데이터 말소] 처리를 받았다.
공간 자체의 변칙성이 아니라는 것이 판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. 무언지 몰라도 '새로운 원더테인먼트의 신제품'의 '출하일자' 가 점점 분명해지는 가운데, 해당 트럭을 습격하는 것이 좋겠다는 재단 측의 결론으로 다들 돌아갈 채비를 하고, 도착한 특무부대는 장비를 가다듬는 하루였다. 목숨을 건진 D계급들은 다행인지 모를 한숨을 쉬었을지도 모르고, 연구원들은 일단은 제 할 일들을 다 했다고 여기며 장비를 수습했다.
그렇게, 모두 자신의 할 일을 하고 떠나려고 했을 때, 공장 문에서 터져나온 분홍색 연기가 외부기지까지 번져 재단의 파견인원 전원을 감쌌다.
방독면 같은 걸 쓸 여유 같은 건 없었다.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이 분홍색 연기를 들이마신 후 힘없이 쓰러졌다.
단지 의식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이 있다면,
검은 옷을 입은 누군가들이 다가오고 있었다는, 이제와서는 확실치 않은 기억 뿐.